
두개의 심장을 가진 사나이라 해서 쉬지 않고 뛰며 강철 체력을 자랑했던 미드필더 네드베드가 아니다. 우주에 홀로 남은 타임로드(Time Lord) 닥터(Doctor)다. 흔히 닥터라고 하면 의사나, 박사를 생각한다. 그리고 영국 드라마 Doctor Who라고 하면 의학드라마라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드라마 속에서도 닥터 스스로 의사나 박사를 쉽게 사칭하기도 한다. 닥터의 이름을 들은 사람들은 대게 닥터 누구?(Doctor Who?)라고 묻고 되돌아 오는 답은 그냥 닥터라는 말 뿐. 타디스(TARDIS:Time And Relative Dimension(s) In Space)라는 파란 경찰 공중 전화 박스 우주선을 타고 시공간을 뛰어 넘는 시간 여행자라는 게다가 타임로드 종족의 외계인이라는 믿기 힘든 사람(?)이다.
수많은 SF 액션 히어로 시리즈가 있지만 적어도 그는 폭력적이지 않다. 배트맨에서 브루스 웨인은 재력과 첨단 과학을 이용한 무기로 무장한다. 닥터는 수많은 적과 맞서면서도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소닉 스크류드라이버라는 (밤손님도아니고)문을 따는것에 최적화(?) 되어있는 소닉드라이버와 엄청난 나이에서 묻어나오는 지식을 사용한다. 외계인으로, 그리고 타임로드의 전사로 무자비하고 날카로운 성격을 보여주기도 하는 그는 컴페니언의 영향으로 인간보다 더욱 인간적인 모습으로 변해버리기도 한다. 비밀이 있는 사람을 신비해 하고 슬픔이 있는 사람에 자신의 한구석에 있는 슬픔을 동감하고 공유하는 것처럼 닥터 또한 겉으로 드러나는 유쾌함과 수다스러움 어처구니 이면에 깊은 슬픔을 안고 있다. 배트맨에서 브루스 웨인의 잊을수 없는 과거에 대한 동정과 이따금씩의 복수심이 배트맨의 정의의 심판에 더욱 열광하게 만드는 촉매제라면 닥터에겐 우주에 마지막 남은 타임로드, 드넓은 시공간 속에 암세포 처럼 자라있는 악과 부조리에 대항하는 그에게 끝없는 수명을 가진 그 회환 속에서의 연민과 인간에게 배운 인간 이상의 인간미를 느낀다.
닥터는 세상을 치유한다. 하지만 스스로는 치유할수 없는 병을 가지고 있다. 브루스 웨인의 어린시절 박쥐에 대한 트라우마와 눈 앞에서 부모님이 살해 당한 충격을 지울수 없는 것 처럼 닥터는 멸망해버린 자신의 고향과 홀로 남은 타임로드로 영원의 시간속을 흘러다닌다. 긴 외로운 시간을 함께하는 컴페니언이 있지만 결국 자신의 종족을 스스로 멸해야 하는 외로움으로 돌아가야하는 슬픔을 대신 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자신의 종족은 멸망했지만 끝없는 생존력으로 우주로 퍼져나가는 적들을 보며 오열하는 그의 운명은 가혹하다. 누구보다 인간적이지만 누구보다 외로운 닥터. 중이 제 머릴 못 깍는다고 했다. 시공간을 초월하며 세상을 치유하지만 자신은 누구보다 도움이 절실하다. 컴페니언이 조금씩 호전 시켜주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언젠가 그에게 백신이나 영원한 안식이 다가올 것이다. 인간이 아닌 그에게 모든이의 약점이라고 하는 인간성(humanity)과 연민(compassion)이 결국 불행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혹자의 말처럼 그는 심장이 두개이기 때문에 본성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지도 모르겠다.
2011.05.09. 나도 내가 뭐라 썼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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